하수구 아래 반지하

노량진에 공부하러 갔다가 반지하 한번 살아봤는데
문 열어놓으면 길 바닥에 먼지가 바로 창문으로 들어와서
방이 금방 더러워짐.. 잠깐 있으면 몰라도..

반지하 주택, 전세, 선분양.
이 땅에서 사러져야만 할 미개한 짓거리.

저거 실화냐?

슈발 저게 뭐야 진짜...

아니 빗물받이가 천장에있으면 반지하가 아니라 쌩지하아니여?

27년 전 대학 때문에 서울로 올라왔는데
아버지랑 아버지 지인이 하는 부동산 가서 지하방 계약했었는데
곰팡이 냄새와 계속 나오는 바퀴벌레와 돈벌레들..
엄마가 나 반찬 챙겨준다고 기차타고 자취방 와서 방 보고 충격먹은 엄마 얼굴이 잊혀지지 않네.
집가서 아버지한테 쌍욕했다고 하더라.
울 엄마도 엄청 무뚝뚝하신 분인데..

어릴적 네식구가 반지하 살았는데 비가 많이 오는 어느날 밤.

갑자기 정전 되서 안방문을 열어보니 거실에 밥통이 떠다님.

밤새 물 퍼내고 변기에서 역류하고 온 집안 다 뒤집어짐.

장판 다 걷어내고 일주일동안 빨래, 세척, 가구, 전자제품등 처리.

어릴때라 난 잘 몰랐겠지만 부모님은 참 힘드셨을거같다.

그래서 반지하 정말 싫음.

난 반지하 오래사는 사람들 이해가 안간다. 고작 한칸 윗층 올라가는데 어마어마한 돈이 더 드는것도 아니고, 적어도 경제관념이 있으면 남들 하는거 조금만 참아도 가능한데 왜 평생을 그 모양으로 사는지 알 수가 없다. 본인은 반지하는 아니었지만 네 식구가 단칸방, 공동화장실, 연탄난방 그리고 쥐와 왕바퀴가 득실거리는 곳에서 시작했는데 약 20년만에 외벌이 아버지의 평범한 직장 월급만으로도 가족소유의 집만 세 채다. 근데 어릴적 살던 그 가난한 동네에 가보면 다들 주제에 중형차 끌고, 주제에 배달시켜먹고, 주제에 최신폰 쓰고, 주제에 브랜드옷, 주제에 여행도 다닌다. 그런거 보면 가난은 스스로 만들어 내는거고 가난의 대물림은 비단 잔고가 아니라 경제관념이자 가난해지는 습관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