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그 친구누나의 어머니하고 우리 어머니하고 친분이 있으셔서 서로 자식농사 이야기 하신 적이 있는데 친구 어머니 말이, 자기 딸이 자기 속 썪힌 적이 딱 한번 있었다함 친구누나가 서울대1학년 끝나고 겨울때쯤에 갑자기, 2학년 되기전에 휴학하고 1년 재수해서 다시 수능봐서 의대에 가고 싶다고 한번만 도와달라고 사정사정했다함 굉장히 진지하게 말하길래, 아 이거 허락안해줘도 결국 몰래 재수하겠다 싶어서 부모님이 결사적으로 뜯어 말렸다함 서울대약대도 엄청나게 좋은 학과이고 다들 가고싶어하는 곳인데 재수를 왜 하냐? 고교3년 동안 그렇게 고생고생해서 그 좋은 대학 가놓고 고생을 또 하냐? 별별 얘기 다 나오고 그래도 안되겠다 싶어서 부모님이 두가지 제안을 하셧다 함
첫째로 용돈을 더 올려주겠다 둘째로 일단 학교를 졸업해라. 졸업한 다음에 유학가고 싶으면 유학보내주겠다. 유학가서 학비 생활비 등등 모든 비용은 부모님이 지원해준다( 친구부모님이 상류층은 아니지만 중산층 이상은 됐음 ) 그러니 재수하지말고 설대약대 졸업하라고 설득함
친구누나는 한동안 엄청나게 고민하다가 결국 재수 안하고 맘잡고 설대 다니면서 졸업했고, 근데 공부를 졸라 잘하다보니 과수석졸업후 석사따고 부모님지원이 아닌 국비로 유학을 가게 된것
공부로 이름 날렸던 그 누나 조차도 설대약대에 갔으면서 의대가려고 재수를 생각햇다니... 그게 20년도 더 된 일이었는데, 당시 서울대약대가려면 수능으로 전국 몇백등 안에 드는 성적이어야 합격가능했을거임. 그런데 다른 약대도 아닌 설대약대 합격해놓고도 의대가고싶어서 재수를 하려한게... 설대 근처도 못가본 내 입장에선 좀 충격이었다 ㅜㅜ
요즘도 그런 학생들이 많다는건 한국사회 전체가 의사라는 직업을 광적으로 선호하기 때문이리라 봄
약대 수의대를 합격해도 수능 또 봐서 의대가려는 생각은 수십년째 변함없는 모양
아무튼 지금 그 누나는 모대학 약대 교수로 즐겁게(?) 연구하고 신약개발도 하고 많은 논문도 쓰고 제자도 길러내면서 약대 교수로 왕성하게 활동중 결과적으론 그 누나가 의대 안가고 약대 졸업한게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좋은 케이스가 되었다고 봄
ㅇㅇ 이 이야기 완전공감 친구놈도 의대에 대한 열망이 졸업후에도 남아있어서 미트를 보더라 물론 잘 안되었고 지금은 개국해서 평범하게(?) 많이 벌며 사는데 본인 입으로 슈퍼 아저씨 같다함 내향인 입장에서 보기에 약사는 최고의 직업같은데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뭔가 다른가봄…
우리나라 법률로는 의사가 건물주인 건물에는 약국이 들어설 수 없음 근데 반대로 약사가 건물주인 경우에는 의사가 들어서든 뭐든 전혀 상관없음 그래서 병원 건물에 약국있는 건물 등기 쳐보면 건물주가 의사인 경우는 거의 없음 약사가 건물주인 경우는 많음 돈많은 집안 자제면 약사도 괜찮음. 특히 노동 대비 효율은 아주 좋음
우리때는 서울대 약대는 서울대 내에서 입시 커트라인으로 좀 낮았음. 수의대도 마찬가지..둘다 이과에서는 농대 바로 위였음. 내가 그때 점수 아까워서 공대 졸업후 회사 좃뺑이 치는데 가끔 그때 수의대 가서 지금쯤 개원해서 살았음 어땠을까 싶기도 해.. 약사는 좀 적성에 안맞는 것 같고.. 지금 미국 살고 있고 여기는 공대 출신이 거의 의사 이상 수준으로 대우받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에서는 진짜 애매한듯. 아예 의사처럼 돈을 확 땡기는 것도 아니고, 적성에 맞춰 왔더라도 집단에 녹아들어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