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ㅅㄹ2024.02.26 21:35
맞아. 20년전에도 족보라는건 있었고 기출문제 위주로 공부하는 애들도 있고 고지식하게 원서를 줄줄 파헤치는 신적인 존재도 있었지. 강의 내용을 교수님 말씀 토시하나까지 심지어 예쁜 글씨로 받아적어서 걔 필기노트만 복사하면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친구들도 있었다. 누구나 그렇듯 쉽게 복사해주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걔도 친한 친구가 있고 친한 친구도 또 친한 친구도 있다보니 나에게도 성경과도 같은 복음이 전해지더라. 의학도서관 복사실은 늘 학생들로 북적였다.

20년전이지만 성실하고 학부때부터 심성 곧은 친구들은 대체로 지금도 과를 불문하고 그 과에서 대학교수든 개원을 해도 그 지역에서 유능한 의사로 정평이 나 있고, 학부때부터 저렇게 족보만 파헤치던 애들은 과를 불문하고 소위 요즘 말하는 비급여로 수익내는데 정통해 있더라. 또 그런 애들이 사업가 기질이 있어서 병원도 크게 차리고 소위 잘 나가긴 하더라.

저수가에 필수의료 버리고 다 도망칠 때도 공부도 고지식하게 하던 애들은 좀 오래참고 그런 자신을 스스로 존중하며 사는 듯한 모습이고, 얍삽한 애들은 시대의 흐름을 잘 타는거지.

요즘 애들? 애초에 돈 바라고 의대 온 애들이 90프로 이상일테니까 편하고 돈 잘버는 과 하는게 목표고 성적이 좋아야 레지던트 시험에 붙을 확률이 높으니까 아마 저렇게 할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기본적인 의학지식에 관심이 없거든. 전공과목만 나중에 잘해도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다고 생각할테니 성적만 받으면 그만인거지.

우리 병원에 갓 전문의를 딴 선생이 오잖아? 너무 몰라서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트레이닝도 주 80시간으로 단축되면서 엉망인 듯한 느낌이야. 주 120시간. 그래 거의 병원에서 살던 우리때의 낭만은 없어진 듯해.

지금 뛰쳐나간 전공의들? 그들은 우리와 다른 삶을 살고 있어. 철저하게 현실적이고 열정페이 이런거 싫어해. 그건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 일거야. 의사가 그러면 안된단 소리는 고인물같은 느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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