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ㅎ2024.03.09 00:39
나도 20대 중후반에 꽤 오래 만나던 친구가 있었다.
하루는 저녁 약속으로 만났는데, 이상하게 그 애 몸에서 햄버거 냄새가 진동을 하는거야, 그래서 무심결에 야 너 햄버거 먹었냐? 하니까 걔가 뜨끔하고 놀라더라고. 뭔가 쎄해서,
'누구랑 먹었어?'

이렇게 더 캐니까, 제대로 대답 못하고 멍청하게 횡설 수설...
뭔가 내가 알고 묻는 건지 모르고 묻는 건지 파악하려고 애쓰는 꼴을 보니 확신이 들었음.

그래서 대뜸 내가 '어느정도 알고 있는게 있으니까 그냥 말해!!' 하고 호통치니까, 얘는 또 멍청하게 시치미도 안떼고 나한테 바로 이실직고 하더라. 스터디하다가 만난 남자가 있는데 그냥 몇번 밥먹고 커피마셨는데, 간식 챙겨주고 어쩌구 저쩌구 스킨쉽은 없었다....그냥 구질구질한 자기변명+선처호소. 보니까 이 여자애 스터디 끝났을때 한번 데릴러 간 적 있는데, 그때 같이 있던 서글서글하고 인사 잘하던 남자애랑 어떻게 썸이 생긴 것 같더라.

그 얘기 듣는데 치솟던 분노의 감정이 싸그리 식으면서 해탈&대평온의 상태로 바뀌더라. 배신감보단, 뭔가 이런 사람에게서 아무런 죄책감없이 해방될 수 있다는 그 후련함? 같은게 몰려옴.
내가 원래 비염이 심한데 그날 하필 시험공부 때문에 이비인후과에서 받은 약먹고 후각 완전 예민했거든, 그날 아침에도 엄마가 해준 된장찌개 먹으면서 멸치 몇마리 넣었는지 알 정도였단 말이야. 진짜 조상님이 도와준거임.

그래서 그냥 웃으면서 아 그럼 우리 헤어지자, 나도 요즘 바빠서 부담됐는데 잘 된거 아니냐, 너한테도 좋은거다 하면서 이별하려고 하니까, 얘는 또 울면서 막 용서를 비는데, 그 남자애랑 존나 냄새나는 햄버거 쳐먹고 나한테 안들킬거라고 생각한거 떠올리니까 그냥 괘씸하기만 함. 그래서 '응 아니야 끝이야' 딱 자르고 광역버스타고 집 돌아갔다.

보통 이별하면 처음에는 괜찮아도 나중에 마음이 무너진다는데... 나는 데이트비용으로 쓰던 돈으로 옷도사고, 못가던 피시방가서 롤&오버워치 다이아도 찍고, 이런저런 모임도 참가하고, 알바도 더 하면서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귐. 내 생의 전성기는 아마 그때부터 시작되서 지금까지 쭉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현재는 예쁜 마누라 얻어서 해외에서 아주 재밌게 사는 중.

이게 어떤 사람들에겐 한 성별 집단 전체를 못 맏게되는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겠지만, 그냥 발상의 전환을 열심히 하면 인생 무항 떡상곡선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아.

만약에 비슷한 일 겪고 있는 형들 있으면 너무 슬퍼하지말고 힘내. 특히 젊은 사람들한테는 기회 그 자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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